귀신을 사랑한 장미
Hijikata Toshiro X Mei

MAYO/Toshiro

115만 킬로의 필름

2023. 1. 14. comment

슬 님  cm

 

Official髭男dism - 115万キロのフィルム

 

 

  찰랑거리던 머리가 붉은 리본에 의해 굳게 묶였다. 어느덧 양갈래 무사히 완성한 메이가 뿌듯한 미소를 한껏 지어 보이며 옷의 삐죽 튀어나온 부분들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방문을 똑똑, 두 번 튕기는 익숙한 목재 소리와 함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말도 아니었지만, 메이에게는 두근거리기 충분한 계기였다. 조용히 말의 끝을 기다리던 메이
가 방문을 확 열어재꼈다. 그곳에는 조금 놀란 듯한 얼굴로 메이를 반기는 히지카타가 있었다. 한껏 맑게 웃어 보인 메이가 히지카타의 팔에 팔짱을 끼고서는 밖으로 내달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뭐라고 할 수도 없던 히지카타는 그저, 메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뿐이었다. 마당에 발을 내딛은 둘을 반겨주는 듯한 카메라 한 대와 진선조 대원들이 보인다. 웅성거리던 여러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도 잠시,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메이와 히지카타를 반겨주기 시작하였다.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인 메이가 다시 히지카타를 끌고서는 대원들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 이게 뭐, 무슨. 매우 당황스러운 히지카타를 두고 마지막 사진 촬영이 시작되었다. 카메라는 삐삐거리던 것도 잠시, 밝아진 플래시와 함께 진선조의 모습을 필름에 담아냈다.


***


     “토시로오오오오오! 빨리 오라고!”


     “아, 알겠다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카메라를 든 히지카타를 메이가 재촉한다. 일주일 동안 진선조의 모습을 기록한 영상들을 윗선에 보내기 전 함께 시청하며 검열하기 위함이었다. 카메라를 조작하며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던 히지카타가 곧이어 메이 앞에 놓인 탁상에 카메라를 올려두었다. 메이가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빗어내다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자리를 잡아 앉는 히지카타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알아챈 히지카타가 물음표를 보내면 그제서야 툭 질문을 내놓았다. 우리 이거로 보는 거야? 둘이서 보기엔... 너무 작지 않나? 히지카타도 알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하였다. 붙어서 보면 되잖아, 하는 갑작스러운 발언에 메이만 삐걱거리기 마련이었다. 무슨... 메이가 망설이니, 그 행동을 '알아듣지 못한 메이.' 로 생각하여 몸소 실행까지 해주는 히지카타였다. 좁은 탁상 앞에 나란히 앉아 있던 둘은, 어느새 담요 하나도 나눠 덮을 수 있을 정도로 빈틈없이 붙어 앉게 되었다. 누군가 보게 된다면 분명 놀림이라도 받을 꼴이었지만... 눈치 없는 히지카타를 방패로 세운 뒤 도망갈 생각을 변명으로 내세운 메이였다.


  곧 영상이 재생되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방에 울려 퍼졌다. 익숙한 목소리들. 촬영 담당이 날마다, 또 시간마다, 어떨 때는 내킬 때마다 달라져서 그런지 촬영의 방식이나, 색감 등이 훅훅 바뀌거나 피사체의 종류 등이 아예 달라지는 등... 황당하며 우스운 상황들이 즐비하기 마련이었다. 어떤 날에는 카메라와 낯을 가리는 대원들의 어색한 얼굴을 피사체로 잡고, 어떤 날에는 선명한 햇빛을 피사체로 담기도 하였다. 그것을 지켜보던 메이와 히지카타는 서로에게 기대어 옅은 웃음을 띤 채 영상을 감상하기에 바빴다. 점차 가면 갈수록 카메라와의 낯가림이 나아지는 대원들, 자연스레 나오는 웃음들, 그날의 분위기, 목소리, 하나하나가 현장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게 만들었다. 삼 일 차 정도부터는 다들 카메라에 완벽하게 적응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조용했던 메이가 저것 봐, 토시로! 하며 주의를 끌어주기도 하였다. 그러면 히지카타는 적당한 반응을 내놓으며 시청을 이어갔다.


  그렇게 영상에 집중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곧이어 영상을 지켜보던 두 사람이 앵글 안에 들어왔다. 살짝씩 흔들리던 앵글은 갑자기 까매지더니, 더더욱 선명하게 두 사람을 잡아내기 시작하였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누군가가 두 분 진짜 행복해 보이시지 않아? 하는 옅은 목소리를 내며 둘의 얼굴을 한껏 담아내기 시작하였다. 메이는 그 앵글 내에서 맑게 웃고 있었고, 히지카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메이의 웃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메이는 곧,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히지카타의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었다. 히지카타는 얼어있다가, 곧이어 메이의 손에 딸려 오는 나뭇잎을 보고는 소리를 빽 질렀다. 메이!!! 쩌렁쩌렁한 히지카타의 목소리가 카메라 내에 그대로 담겼다. 영상은 그대로 재생되다가, 메이가 쾌활하게 웃으며 히지카타를 피해 도망가는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메이는 끝을 지켜본 뒤에도 한동안 조용하다가, 곧이어 영상에 나온 웃음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다시 봐도 토시로 완전 바보 같아! 라며 히지카타를 놀려댔다. 다시금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히지카타에게 귀여워! 하는 막타까지 날려준 메이였다. 잔뜩 화를 냈지만, 메이 몰래 뒤에서는 웃음 지은 히지카타도 그곳에 있었다. 메이는 영원히 모를 비밀이었다.


  히지카타는 다음 날부터 지금까지 촬영해 온 영상이 든 카메라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다 지루해진 메이가 끝까지 보았던 영상을 다시 재생하였다. 넘기기 버튼을 빠르게 눌러대던 손은 다시금 둘의 모습을 잡은 앵글에서 멈추었다. 둘이서 볼 때에는 웃음을 참느라 집중해 보지 못했던 여러 요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주변에서 사르르 날리는 나뭇잎들, 주변에서 들리는 옅은 웃음소리나, 둘의 모습을 행복으로 묶어주는 대원의 목소리 같은 것들. 쨍하게 내리쬐다, 둘의 주변을 밝게 만들어주는 햇빛까지. 웃음이 아닌 요소에 중심을 두고 보니, 여러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일상이었다. 히지카타 토시로가 있었기에 만들 수 있던 일상인 것만 같았다. 빵 터지는 웃음이 아닌, 행복이 스며든 잔잔한 웃음을 짓고는 영상의 끝을 다시 한번 맞으니, 히지카타가 기다렸다는 듯 등장해 메이의 옆에 자리 잡았다. 원래 올려져 있던 카메라를 내리고. 두 번째 카메라를 올린 히지카타의 손을 갑자기 꼭 붙잡은 메이가 장난스레 중얼거렸다.

 

     “그래도 즐거웠지, 토시로?”


  그 물음을 들은 히지카타가 무슨 소리냐는 말을 하는 것만 같은 얼굴로 메이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인지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장난기가 다시 서려 있는 메이의 태도에 또다시 히지카타가 물음표를 띄웠다. 메이는 망설이고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대원들, 그리고 나랑 함께했던 모든 날들 말이야. 어땠어? 그 질문을 이제서야 이해한 히지카타가 잠시 망설이는듯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곧이어 진지한 얼굴로 조심스러운 진심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즐거웠지. 진선조는 가족이니까 말이야. 메이, 너도 마찬가지로.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즐거웠다. 이제 내 목숨과도... 아니,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니까.


  음 하나하나에 진심이 서려 있다. 듣고 있던 메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히지카타의 진심은 메이에게 늘 따뜻하게 와닿았다. 진심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이 살짝 웃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메이였다. 그런 사람이었지, 토시로는. 그런 메이를 빤히 쳐다보다, 이번에는 질문을 던지는 히지카타였다. 그러는 너는, 즐거웠나? 메이에게 훅 던진 질문은, 한참을 답을 찾지 못하고 허공에서 휘적거렸다.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던 메이는, 히지카타의 뚫릴 듯한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엔 뱉어내듯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리고 지금은 토시로 놀릴 때가 제일 즐거워. 그 말에 또 발끈한 히지카타가 메이에게 소리쳤다. 쩌렁대며 울리는 그 소리가 메이에게는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히지카타는 영원히 모를 메이의 진심.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날. 소리치는 히지카타를 피해 요리조리 도망가는 메이의 품에는, 모두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담긴 카메라가 자리했다.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는, 넘겨주기 싫은... 모두와의 추억이었기 때문에. 겨울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웃음은 한없이 따뜻하였다. 사랑하기 때문에. 즐거웠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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